[필사] 송몽규의 시 - 밤

안녕하세요/취미찾기|2020. 4. 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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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송몽규의 시 - 밤

2020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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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를 정말 인상깊게 봤었다.

 

영화 '동주'

 

윤동주 시인의 짱팬인 김나방과 봤었는데, 이 영화는 제목과 같이 윤동주 시인이 주인공인 것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의 사촌인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주인공 같았다. 송몽규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독립 운동가인데 리더십과 연설 뿐 아니라 수필능력도 대단해 동아일보 공모에도 입선이 되었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일제의 요시찰 인물이 되어서 다른 작품들은 모두 사라져 단 세 작품만 남아 있다.

반면에 윤동주 시인은 작품들이 많이 남아있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영화사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윤동주를 내세워 송몽규를 알리려고 만든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 박정민이 연기해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완전 송몽규 영화였다구여.. 꼭 보세요..!!

 

윤동주와 송몽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송몽규의 세 작품은 아래와 같다.

 


먼저 1935년 동아일보 공모에 입선된 숟가락

 

 

술가락 

송몽규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없었다.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우리 결혼할   은술가락망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  외국(外國) 가잇는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이건 자네  이건 자네 안해 -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지를  크게 쓰고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하고 외면하엿다.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동아일보 193511일자에 게재된 신춘문예 콩트 부문 당선작인 송몽규의 술가락 전문.

 


조선일보 1938년 9월 20일자에 실린

송몽규

고요히 침전(沈澱)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그리고 1941년 연희전문학교의 <문우>에 발표한 하늘과 더불어

하늘과 더불어

송몽규

 

하늘 -

얽히어 나와 함께 슬픈 쪼각 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수있어 알수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별이 미소하여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 싶다

 

오오, 하늘아 -

모든 것이 흘러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들만 뿌려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의 잔재만

쓰디쓴 추억의 反芻(반추)만 남어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인이 없어 고독스럽지 않아도

 

고향을 잃어 鄕愁(향수)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

하늘 속에 내 맘을 잠그고 싶고

내 맘 속에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이 웃는 아침을 기원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祈願(기원)하련다

 

 

나도 그 시기에 태어났으면 송몽규처럼 적극적이게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윤동주 시인이 부끄럽다 말한 것도 사촌 송몽규과 자신을 비교해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 필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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