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김승희의 시 - 배꼽을 위한 연가 5
[독서] 김승희의 시 - 배꼽을 위한 연가 5
2020년 10월 15일
역시나 수능 공부 중에 발견한 시이다
배꼽을 위한 연가 5
ㅡ 김승희
인당수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지 못하여
당신이 평생을 어둡더라도
결코 인당수에 빠지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여기 남아 책을 보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이
죄입니까?
하나의 알이 새가 되기 위하여
껍질을 부수는 것이
죄일까요?
그 대신 점자책을 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드리지요
우리의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외국어와 같은 것―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심청전을 이렇게 재해석할 수도 있구나 싶었던 시이다..
이런 걸 띵작이라고 하나...? 머리가 띵~~ 해지는...
(사실 띵작은 '명작'의 ㅁ ㅕ 부분을 붙여서 읽은 거임. 비빔면->네넴띤 같이)
부모를 위해 희생한 심청이를 비판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라 지금 시대를 정말 100%로 반영한 시가 아닐까 싶다.
그 대신 점자책을 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드리지요
부모님을 독립적인 개체로 보고 자식의 삶과 분리되어 스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타인의 도움이나 희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의미로 본인 스스로 주체적 삶을 살아야 하며, 자신의 문제는 본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함을 뜻한다.
p.s. 모든 가정이 화목한게 아니니..
혹시 안좋은 부모님을 뒀으나 착한아이병에 걸려 부모님에게 쓴소리를 못해 연을 못 끊은 분들이 있다면 이 시를 조용히 전달해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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