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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박노해의 시 - 지문을 부른다

박제나 2018.10.14 21:42

[필사] 박노해의 시 - 지문을 부른다

2018년 10월 14일



필사 취미를 가지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보고 아직까지 마음 속에 깊게 남아있는

박노해 시인의 지문을 부른다로 처음 도전!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필사 하려다보니

시도 몇 번을 더 읽게 되고

집중력도 좋아지는 기분..

(문제는 내 글씨체)





노동도 안해 본 고등학교때 본 건데

왜 그리 인상깊던지...

괜히 아빠 손을 보게 만들었던 시였다.


시의 전문은 아래에..






지문을 부른다 

노해


진눈깨비 속을
웅크려 헤쳐 나가며 작업시간에
가끔 이렇게 일보러 나오면
참말 좋겠다고 웃음 나누며
우리는 동회로 들어선다

초라한 스물아홉 사내의
사진 껍질을 벗기며
가리봉동 공단에 묻힌 지가
어언 육년, 세월은 밤낮으로 흘러
뜻도 없이 죽음처럼 노동 속에 흘러
한번쯤은 똑같은 국민임을 확인하며
주민등록 경신을 한다

평생토록 죄진 적 없이
이 손으로 우리 식구 먹여살리고
수출품을 생산해 온
검고 투박한 자랑스런 손을 들어
지문을 찍는다

없어, 선명하게
없어,
노동 속에서 문드러져
너와 나 사람마다 다르다는
지문이 나오지를 않아
없어, 정형도 이형도 문형도
사라져 버렸어
입석경찰은 화를 내도
긴 노동 속에
물 건너간 수출품 속에 묻혀
지문도, 청춘도, 존재마저
사라져 버렸나봐

몇 번이고 찍어 보다
끝내 지문이 나오지 않는 화공약품 공장
아가씨들은 끝내 울음이 북받치고
줄지어 나오는 지문 나오지 않는 사람들끼리
우리는 존재조차 없어
강도질해도 흔적도 남지 않을거라며
정형이 농지껄여도
더이상 아무도 웃지 않는다

지문 없는 우리들은
얼어붙은 침묵으로
똑같은 국민임을 되뇌이며
파편으로 내리꽂히는 진눈깨비 속을 헤쳐
공단 속으로 묻혀져 간다
선명하게 되살아날
지문을 부르며
노동자의 푸르른 생명을 부르며
되살아날
너와 나의 존재
노동자의 새봄을
부르며 부르며
진눈깨비 속으로,
타오르는 갈망으로 간다





지문을 부른다 시가 수록된 "노동의 새벽" 시집



좋은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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