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백석의 시 - 두보나 이백같이
[독서] 백석의 시 - 두보나 이백같이
2021년 2월 26일
오늘은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날이다.
그에 딱 맞게 아침에 푼 국어 문제에 정월 대보름에 관한 백석의 시가 있었다.
그리고 내용 또한 나의 상황과 맞게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이한다는 내용이었다.
공감이 많이 되어 공유해봅니다.
백석의 시 「두보(杜甫)나 이백(李白)같이」
오늘은 정월(正月) 보름이다
대보름 명절인데
나는 멀리 고향을 나서 남의 나라 쓸쓸한 객고에 있는 신세로다
옛날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먼 타관에 나서 이 날을 맞은 일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 고향의 내집에 있는다면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먹고
일가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련만
나는 오늘 때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혼자 외로이 앉아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옛날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 이렇게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외로이 쓸쓸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느 먼 외진 거리에 한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집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이 집에 가서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사먹으리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먼먼 옛날로부터 대대로 이 날엔 으레히 그러하며 오듯이
먼 타관에 난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 날은 그 어느 한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飯館)을 찾어가서
그 조상들이 대대로 하든 본대로 원소(元宵)라는 떡을 입에 대며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위안하지 않았을 것인가
그러면서 이 마음이 맑은 옛 시인들은
먼 훗날 그들의 먼 훗자손들도
그들의 본을 따서 이날에는 원소를 먹을 것을
외로이 타관에 나서도 이 원소를 먹을 것을 생각하며
그들이 아득하니 슬펐을 듯이
나도 떡국을 놓고 아득하니 슬플 것이로다
아, 이 정월(正月) 대보름 명절인데
거리에는 오독독이 탕탕 터지고 호궁(胡弓) 소리 삘삘 높아서
내 쓸쓸한 마음엔 작꼬 이 나라의 옛 시인(詩人)들이 그들의
쓸쓸한 마음들이 생각난다
내 쓸쓸한 마음은 아마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같은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려나 이것은 옛투의 쓸쓸한 마음이다
한국에 있을 때 정월 대보름이라고 오곡밥, 약밥, 떡국을 챙겨 먹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쩐지 공감되어 서글퍼진다. 시와 교감한다는 게 이런 걸까?
참고로 시에 나오는 '원소'는 元宵 Yuan XIao로 중국의 정월 대보름인 원소절에 먹는 떡 비슷한 음식이다.
원소는 탕원 汤圆 Tang Yuan과 비슷한데 탕원은 동짓날에도 먹고 가족 행사 등에서도 많이 먹는다.
속에는 팥이 있거나 깨+설탕이 있거나(요건 송편 맛이 난다) 땅콩소스가 있거나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 떡처럼 따로 먹지 않고 달달한 국에 넣어 끓여 먹는 디저트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음식으로 끝나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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