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김용택의 시 - 그 여자네 집

안녕하세요/취미찾기|2019. 12. 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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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김용택의 시 - 그 여자네 집

2019년 12월 20일

 


2018/10/14 - [안녕하세요/취미찾기] - [필사] 박노해의 시 - 지문을 부른다

 

[필사] 박노해의 시 - 지문을 부른다

[필사] 박노해의 시 - 지문을 부른다 2018년 10월 14일 필사 취미를 가지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보고 아직까지 마음 속에 깊게 남아있는 박노해 시인의 지문을 부른다로 처음 도전!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필사 하..

yawping.tistory.com


 

 

1년 전부터 포스팅 하려고 맘먹었었는데, 이제야 쓰게 됐다.

계속 미뤘던 이유는 필사를 하는데 내 글씨체가 너무너무 맘에 안들어서....ㅜㅜ

그래서 필사는 다음에 첨부하고 시부터 올려보려고 한다.

그 여자네 집

 김 용 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운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러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 오빠가
지붕에 오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언듯언듯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여하고 싶은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 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은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김칫독 안으로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허리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목화송이 같은 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날인가
그 어느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 아홉 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 동네 가운데 고샅 첫 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을.하.면....

 

이 시를 고른 이유는 바로 박완서 작가의 '그 여자네 집' 소설때문이다.

고등학교때 교과서에 나왔어서 읽었는데 너무너무 인상깊었던 소설이다.

전문은 아래에!

http://serony.com/ken/books-papers/%EA%B7%B8-%EC%97%AC%EC%9E%90%EB%84%A4-%EC%A7%91-%EB%B0%95%EC%99%84%EC%84%9C/

 

그 여자네 집 – 박완서 – Serony's Friends

지난 여름 작가회의에서 북한동포돕기 시낭송회를  한 적이 있다. 시인들만  참여하는 줄 알았더니 각계 원로들도 자기가 평소 애송하던 시를 낭송하는  순서가 있다고, 나한테도 한편 낭송해달라고 했다. 내가 원로 소리를 듣게 된 것이 당혹스러웠지만, 북한돕기라는 데 핑계를 둘러대고 빠질 만큼 빤질빤질하지는 못했나보다.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명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낭송하고 싶은 시가 있었다는 게 아니었을까. 그 무렵 나는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이라는

serony.com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이야기인데 나는 순애가 너무 마음 아팠다... 남편을 볼 때마다 곱단이 생각이나니 평생을 셋이 함께 살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가 아닐까.. 

아아, 저 여자는 일생 얼마나 지독한 연적과 더불어 산  것일까. 생전 늙지도, 금도 가지 않는 연적이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적이었을까.

 

어쩌면 작가님은 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일제 강점과 끝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말하고 싶으셨던 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순애가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남편의 과거는 절대 알면 안된다는 걸 배웠다..(?) ㅠㅠ

 

'그 여자네 집' 시에 나오는 눈송이 때문일까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시와 소설이다.

 

 

 

좋은 시/소설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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